자연치아보존 2026. 01. 27.
감염예방에, 진심_보이지 않는 과정을 지키는 치과
겨울 바람이 유난히 차갑던 아침이었습니다. 운정호수공원 쪽에서 불어온 공기가 자동문을 밀고 들어올 때, 진료실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곳은 늘 소독실입니다. 금속 트레이가 맞물리는 소리가 일정한

이 글의 이야기
겨울 바람이 유난히 차갑던 아침이었습니다. 운정호수공원 쪽에서 불어온 공기가 자동문을 밀고 들어올 때, 진료실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곳은 늘 소독실입니다. 금속 트레이가 맞물리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지고, 기구가 세척수 속으로 잠겼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오늘 하루도 아무 일 없이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이 함께 따라 올라옵니다.
멸균기를 닫을 때 손끝에 전해지는 묵직한 저항감은, 이 과정을 건너뛰지 않았다는 작은 확인처럼 느껴집니다. 환자보다 먼저 불이 켜지고, 가장 늦게 불이 꺼지는 공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모든 치료의 안전을 떠받치는 곳입니다. 가끔 직원이 웃으며 말합니다. “원장님,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그럴 때마다 저는 같은 생각을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과정을 줄이는 순간, 보이는 치료는 의미를 잃기 시작한다는 걸요. 그날도 진료를 마치고 나오시던 가람마을의 한 환자분이 무심한 듯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기는… 치과 특유의 냄새가 거의 안 나네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저희가 매일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이유를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여운처럼 남는 말은, 대개 가장 정확합니다. “원장님, 요즘 치과들은 다 멸균 잘하지 않나요?” 짧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그 안에는 생각보다 오래된 오해 하나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요즘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법만 지키면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말입니다. 사실 치과 감염관리는 하고 있느냐, 안 하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를 기준으로 삼느냐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저는 잠시 말을 고릅니다. 괜히 불안을 키우고 싶지도, 과장된 설명으로 신뢰를 얻고 싶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잘하는 곳도 있고, 기준만 지키는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덧붙입니다. 우리는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치료에서 과잉을 경계하듯, 안전에서도 ‘최소한’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이 질문은 늘 제 기준의 출발점이 됩니다.

멸균은 ‘뜨거운 김’의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멸균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뜨거운 김으로 한 번 쪘다.’ 하지만 멸균은 요리가 아니라, 구조를 이해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치과 기구 안쪽의 복잡한 관과 미세한 틈까지 증기가 밀어 넣어지듯 도달해야 하고, 그 전에 공기는 완전히 빠져나가야 합니다.
빨대를 물속에 넣었을 때 안의 공기를 빼지 않으면 끝까지 물이 차오르지 않는 것처럼, 공기를 제거하지 못한 멸균은 겉보기와 달리 안쪽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가장 높은 등급의 B Class 멸균 방식을 사용합니다. 공기를 먼저 비워내고, 증기를 깊숙이 밀어 넣는 구조입니다. “그럼 멸균기는 다 같은 게 아니었나요?” “아닙니다. 등급과 방식이 다릅니다.”
겉보기는 비슷해 보여도, 안쪽을 기준으로 삼느냐의 차이는 큽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기준으로 삼는 것, 그게 감염관리의 시작입니다.

‘한 번 더’의 귀찮음이 안전이 됩니다 멸균은 한 번에 끝나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들이 있습니다. 먼저 기구는 사람 손이 아닌 기구세척기를 거칩니다. 일정한 압력과 온도, 사각지대 없이 반복되는 움직임.
주방에서 설거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대충 헹군 그릇과, 식기세척기를 거친 그릇의 차이처럼 말입니다. 세척이 끝난 기구는 실링 과정을 통해 완전히 밀봉됩니다. 공기가 다시 들어가지 않도록, 멸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그래야 멸균이 유지됩니다.” 멸균은 버튼을 누르는 순간 끝나는 일이 아니라, 그 상태가 다시 오염되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내는 과정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열에 약한 기구는 플라즈마 멸균이라는 다른 길을 택합니다.
온도는 낮추되, 안전의 기준은 낮추지 않는 방식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빠르게 할 수 없습니다. 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대충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번거롭고, 그래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감염관리는 ‘교육’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저희는 최근에도 치과 감염관리 학술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주제는 단순했습니다. “감염관리는 마케팅의 중심일 만큼 중요하다.” 교육을 듣고, 수료증을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날 배운 내용은 병원으로 돌아와 동선과 매뉴얼을 다시 점검하는 이유가 됩니다. “이 과정, 우리 병원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지?” 질문이 쌓이고, 답은 시스템으로 남습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게, 바쁜 날에도 생략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감염관리는 누가 있느냐보다 어떻게 설계되어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임희철 원장의 깊은 생각
치료에는 분명 기술이 필요하지만, 안전은 기술보다 먼저 갖춰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보이는 결과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을 더 오래 고민하는 마음. 자연치아를 한 번 깎으면 돌아오지 않듯, 신뢰도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말 앞에서 늘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한 걸음이 환자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야당역과 한빛마을 골목을 지나 병원으로 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동네에서 오래 보아야 할 얼굴들. 그래서 더더욱 안전의 기준을 낮출 수 없습니다.
감염관리는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약속이어야 합니다. 과잉진료를 경계하듯, 과소한 안전도 경계합니다. 선택은 환자분의 몫이지만, 기준은 의료진이 먼저 지켜야 할 책임입니다.

병원 밖에서도 감염 예방은 이어집니다. 칫솔은 사용 후 완전히 말려 보관하고, 치실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습관. 손이 입으로 가는 횟수를 조금만 줄여도 잇몸은 훨씬 편안해집니다.
치과는 아플 때만 오는 곳이 아니라, 안심하고 들를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특별한 말을 하지 않은 채, 그 기준을 먼저 지키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2026. 01. 27. 네이버 블로그 '대표원장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과 이미지 카드 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