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아보존 2026. 01. 29.
진심, 편안한 치과_치과 공포는 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의 문제
“원장님, 저 사실 오늘 오기까지 몇 번이나 예약을 취소할까 고민했어요.” 아직 진료등도 켜지지 않았는데, 그 말부터 먼저 나옵니다. 치아 상태 이야기는 그다음이고, 통증 이야기는 한참 뒤입니다.치

이 글의 이야기
“원장님, 저 사실 오늘 오기까지 몇 번이나 예약을 취소할까 고민했어요.” 아직 진료등도 켜지지 않았는데, 그 말부터 먼저 나옵니다. 치아 상태 이야기는 그다음이고, 통증 이야기는 한참 뒤입니다.
치과에 대한 공포는 대부분 입을 벌리기 전,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의자에 앉기까지의 시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던 손끝, 문 앞에서 한 번 더 숨을 고르던 그 순간에요. 이 글은 치료 이야기가 아닙니다. 왜 그 순간이 이렇게 힘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의자에 앉은 환자분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입을 다문 채 손만 자꾸 움켜쥐었다 폈다를 반복했습니다. 제가 인사를 건네자,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눈은 진료등이 켜질 자리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원장님… 사실 치과가 너무 무서워서요.” 그분의 무서움은, 아직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이미 몸에 먼저 와 있었습니다. 치과 공포증은 늘 그렇게 시작됩니다. 치아가 아니라, 기억에서요.
공포는 지금의 통증이 아니라, 과거의 장면에서 옵니다.

“원장님, 다들 무섭다고 하잖아요. 원래 치과는 그런 데 아닌가요?” 저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같은 생각을 합니다. 치과가 무서운 곳이어서일까, 아니면 그렇게 기억되었기 때문일까.
많은 분들이 치과 공포증을 ‘ 겁이 많아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진료실에서 만나는 공포는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부분은 한 번의 경험, 혹은 충분히 설명받지 못한 시간에서 시작됩니다.
어릴 적 갑작스럽게 입을 벌리게 했던 순간, 왜 아픈지 모른 채 참아야 했던 기억, 질문하려다 “금방 끝나요”라는 말로 넘어가야 했던 그때.
“치과는 원래 아픈 곳”이라는 오해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공포는 통증보다 ‘예측 불가능함’에서 커집니다
치과 공포증을 정의하자면, 통증 그 자체보다 통증을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에 가깝습니다. 마치 어두운 골목을 혼자 걸을 때와 비슷합니다. 실제로 누가 있는지보다, 모른다는 상태가 더 무섭죠. 치과 치료도 같습니다.
지금 무엇을 하는지, 왜 필요한지, 언제 끝나는지를 모르면 몸은 자연스럽게 긴장합니다. 심지어 통증이 없어도 말이죠. 생활 속 예를 들면, 같은 주사를 맞아도 “이제 따끔합니다”라는 말을 들은 뒤 맞는 것과 아무 말 없이 맞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여기서 하나 짚고 가야 할 오해가 있습니다. “치과 공포증은 아팠던 경험이 있어야 생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아프지 않았어도, 이해되지 않은 경험은 공포로 남습니다.

설명 없는 치료는 기억에 통증으로 저장됩니다
“원장님, 소리부터가 무서워요.” 이 말도 자주 듣습니다. 치과 기구 소리는 사실 대부분 치료가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 납니다. 하지만 설명이 없으면, 그 소리는 곧바로 ‘위험 신호’로 저장됩니다.
요즘은 디지털 스캐너로 본을 뜹니다. 입에 물리는 차가운 재료도 없고, 숨 막힐 일도 줄어들었죠. 중요한 건 장비 자체보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환자가 알고 있느냐입니다. 과정이 보이면, 공포는 줄어듭니다. 모르는 상태에서 맡기는 치료는, 몸이 먼저 경계합니다.
멸균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자분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건 주방에서 도마를 따로 쓰는 것과 같습니다. 번거롭지만, 그 번거로움이 안전으로 이어집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나요?”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치과는 덜 무서워집니다.

치과 공포증은 ‘통제권을 잃었다는 느낌’에서 완성됩니다.
“원장님, 아프면 손 들면 되죠…?” 그 말엔 질문보다 체념이 먼저 섞여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거든요. 손을 들어도, 치료는 바로 멈추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는 걸. 그래서 저는 그 질문을 들으면 “네, 손 드세요”라고 바로 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어디까지는 멈출 수 있고, 어디부터는 지금 지나가야 합니다.” 치과 공포의 핵심은 아픔 그 자체가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느낌입니다. 지금은 잠깐 참아야 하는지, 아니면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되는지, 그 경계를 모르기 때문에 몸이 먼저 긴장합니다.
공포는 통증보다 설명 없는 상황에서 더 커집니다.

임희철 원장의 깊은 생각 치과 공포증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덜 아프게 하는 기술보다 덜 불안하게 하는 기준을 세우는 일입니다. 치료는 빠를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납득될수록 오래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자연치아를 보존하는 이유도, 환자의 시간을 존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운정호수공원을 한 바퀴 걷고 나면, 생각이 정리될 때가 있습니다. 치과도 비슷합니다.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람마을, 한빛마을에서 오시는 분들 중엔 몇 달에 걸쳐 천천히 치료를 진행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 속도가 그분의 삶에 맞기 때문입니다. 과잉진료를 경계한다는 건, 치료를 안 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 꼭 필요한 것부터 하자는 기준입니다. 치과는 선택의 공간이어야 합니다. 공포 때문에 미루지 않도록, 그리고 기억 때문에 더 무섭지 않도록.

집에서 시작하는 작은 변화
귤 하나를 먹고 난 뒤, 입안이 개운해질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좋지 않습니다. 바로 양치부터 하지 말고, 물로 한 번 천천히 헹궈 주세요. 산이 닿았던 치아 표면은 잠깐 부드러워져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바로 문지르면 치아는 조금씩 닳습니다. 10분, 아니 5분만 지나도 괜찮습니다. 물로 가볍게 헹구고, 기다리는 습관 하나가치아를 오래 쓰게 합니다. 치과 문 앞에서 숨이 가빠질 때, “나는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그것만으로도 공포는 조금 줄어듭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2026. 01. 29. 네이버 블로그 '대표원장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과 이미지 카드 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