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역 근처 작은 문구점에서 스티커를 고르다가 치과 예약 생각이 났다는 이야기로, 그날 진료는 시작되었습니다.
아이 손을 잡고 들어오신 어머니의 얼굴에는 이미 사과의 표정이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애가 너무 무서워해서요. 오는 길에도 울었어요.”
아이는 일곱 살이었고, 왼쪽 아래 유치에 작은 충치가 생겼다는 것은 두 달 전 다른 치과에서 들은 말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치과 예약은 세 번 취소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아이는 진료 의자에 앉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문 쪽을 보며 발을 바닥에 딱 붙이고 있었습니다.
작은 운동화 끝이 바닥을 향해 꾹 눌려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기구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의자 옆에 앉아서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습니다.
손이 멈춥니다.
치료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치과를 무서워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많은 부모님께서 “이 나이에 벌써 이렇게 겁이 많다”고 걱정하시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에 가깝습니다.
모르는 공간, 낯선 냄새, 큰 소리, 입을 열어야 한다는 압박 — 어른도 처음 가는 곳에서는 긴장합니다.
아이에게는 그것이 더 크게 느껴질 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를 되짚게 됩니다. 아이가 무서워하는 그 감정이, 정작 충치보다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아닐까 하고요.
충치는 치료하면 됩니다. 그런데 치과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 안에 단단하게 자리를 잡으면, 그것은 한 번의 치료로 지워지지 않습니다. 어릴 때 무서웠던 경험이 어른이 되어도 치과를 피하는 이유가 되는 경우를 저는 적지 않게 봐왔습니다.
첫 경험이 만드는 인상은, 이후의 수십 번을 덮어씁니다.
그날 저는 진료 계획보다 아이의 표정을 먼저 읽었습니다. 각도를 바꿔 다시 보고, 한 번 더 기다렸습니다.
기구를 드는 것보다 그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보이는 것 — 아이의 반응 안에 있는 것
울고, 도망가려 하고, 입을 꾹 다무는 행동은 표면입니다.
그 안에는 대개 두 가지 중 하나가 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확실함, 또는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무력감입니다.
아이는 어른보다 훨씬 솔직하게 이것을 몸으로 표현합니다.

Q. 아이를 달래서 억지로 앉히면 안 되나요?
단기적으로 치료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경험이 아이에게 어떻게 저장되는지가 문제입니다. “
참으면 끝난다”는 것을 배운 아이는 다음에도 참습니다.
그 참음이 쌓이면 어른이 되어 통증을 참으며 치과를 미루는 습관이 됩니다.
억지로 앉히는 것이 나쁜 의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압니다. 그런데 그 한 번이 치르는 대가가 충치 하나보다 클 수 있습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것 — 부모의 역할
아이의 두려움에서 부모가 하는 역할은 생각보다 큽니다. 집에서 치과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는지, 치료에 대해 어떤 말을 먼저 하는지가 아이의 마음 준비에 영향을 줍니다.
Q. 집에서 미리 어떻게 이야기해주면 좋을까요?
“아프지 않아”보다는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어, 그런데 네가 손들면 멈춰줄 거야”가 더 정직한 말입니다.
보장이 아니라 통제감을 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진료 중에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진료실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간이 아니라는 인식이 생깁니다. 그 작은 차이가 의자에 앉을 수 있는 마음을 만들기도 합니다.

어느 쪽으로 가든, 그 결정은 아이와 부모님의 관계 안에서 정해지는 것입니다. 저는 선택지를 놓아드릴 뿐, 그 무게를 재는 건 부모님의 일상 안에 있습니다.
한 번 깎인 신뢰는 치아처럼 다시 자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첫 경험이 무거운 것입니다.

때로 저는 치과에서 멀리 벗어난 생각을 합니다.
두려움이 있는데도 한 걸음을 떼야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처음 학교에 가던 날, 오래 연락이 끊겼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기 전 손이 멈추던 그 순간, 새 직장 첫날 아침 문 앞에서 숨을 고르던 기억. 그 모든 자리에 공통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누군가가 먼저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문을 열어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꼭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 서두르지 않는 것,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말을 틀렸다고 하지 않는 것.
아이가 치과를 무서워하는 그 작은 방 안에서, 저는 그런 자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치료를 잘하는 것과, 그 치료가 시작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후자가 더 먼저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기구보다 먼저 아이 눈높이에 앉습니다.
그날 아이는 결국 의자에 앉았습니다. 치료는 하지 않았습니다. 입 안을 같이 거울로 들여다보고, 충치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림으로 보여줬습니다. 아이는 돌아가면서 스티커를 하나 골랐고, 다음에 또 오겠다고 했습니다.

한울마을 쪽에서 오신다고 하셨는데, 다음 예약은 2주 뒤로 잡혔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면서, 아이의 치과 예약을 몇 번 미뤘던 기억이 스치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혹은 본인 스스로가 치과를 오래 피해온 이유가 어릴 때의 어떤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크지 않습니다. 치과 이야기를 무섭지 않은 말로 꺼내는 것, 아이가 싫다고 할 때 ‘왜 싫은지’를 한 번 더 물어보는 것, 진료실에 함께 들어와서 옆에 앉아 있는 것. 그 정도면 충분히 많은 것입니다.

두려움이 사라진 뒤에 오는 것이 아닙니다.
두려움을 데리고 문을 여는 것이 용기입니다.



운정 뿌리사랑치과의원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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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진료 사례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의료법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각색하였습니다.
※ 치료 결과는 개인의 잇몸 상태·골밀도·유지 습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