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아보존 2026. 02. 10.
잇몸병은 왜 재발할까?치료보다 중요한 것, 잇몸을 오래 쓰는 설계
귤 한 조각을 베어 문 뒤 새콤한 과즙이 입안에 퍼지기도 전에, 윗잇몸 어딘가가 먼저 움찔합니다. “원장님, 과일만 먹으면 잇몸이 시려요.” 대기실 거울 앞에서, 그분은 웃으려다 말고 잇몸을 살짝

이 글의 이야기
귤 한 조각을 베어 문 뒤 새콤한 과즙이 입안에 퍼지기도 전에, 윗잇몸 어딘가가 먼저 움찔합니다. “원장님, 과일만 먹으면 잇몸이 시려요.” 대기실 거울 앞에서, 그분은 웃으려다 말고 잇몸을 살짝 눌러봅니다.

아프다고 말하긴 애매한데, 괜히 신경이 쓰이는 표정입니다. 손끝에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시린 건 치아 같지만, 문제를 시작한 건 대부분 잇몸입니다. 달콤한 사과, 차가운 딸기, 겨울철 제철인 귤과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건강하다고 믿었던 음식 뒤에 잇몸은 조용히 신호를 보냅니다.
대부분은 이때 이렇게 생각합니다. 잠깐 시린 거겠지.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잇몸은 불편해질수록 말을 줄이는 장기입니다. 잇몸병은 그렇게, ‘다 나은 줄 알았을 때’ 다시 말을 겁니다. “원장님, 잇몸병은 왜 이렇게 자꾸 재발해요?” 잇몸병은 치료가 부족해서 재발하는 경우보다, 치료 이후의 관리가 이어지지 않아 다시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오히려 반대죠.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 번 치료했으니 끝났다. 피 안 나면 괜찮다. 하지만 잇몸병은 감기처럼 낫고 끝나는 병이 아닙니다. 관리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꼭 하나의 오해를 짚고 가야 합니다. “스케일링 했는데 왜 또 생기죠?” “그 질문부터가 이미 절반은 정답입니다.” 잇몸병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면 염증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왜 그 염증이 계속 생기느냐는 데 있습니다. 잇몸병은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염증이 반복되는 병입니다. 비유를 하나 들어볼까요. 싱크대 배수구를 한 번 깨끗이 청소했다고 해서, 앞으로 기름을 아무렇게나 버려도 괜찮아지는 건 아닙니다.
배수구가 막히는 환경이 그대로라면, 문제는 반복됩니다. 잇몸도 같습니다. 치석을 제거하는 치료는 ‘청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칫솔 각도 씹는 습관 오래된 보철물의 틈 관리가 어려운 치아 배열 이런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잇몸은 다시 염증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스케일링 후에도 멀쩡하고, 어떤 분은 몇 달 만에 다시 붓습니다.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차이입니다.

“피 안 나면 괜찮은 거 아닌가요?”라는 오해 잇몸병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아플 때가 아니라, 조용할 때입니다. 초기에는 피가 나고 붓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염증이 만성화되면서 통증은 줄고 잇몸은 서서히 내려갑니다. 이때 많은 분들이 말합니다. “요즘은 안 아픈데요?” 잇몸이 포기한 겁니다.
더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는 상태죠. 이 단계에서 치료를 미루면 잇몸뼈가 조금씩 사라지고, 치아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이렇게 설명합니다. 잇몸병은 ‘증상’으로 판단하면 늦습니다.기준은 ‘상태’입니다.

치료보다 중요한 건 ‘유지 관리’입니다 잇몸병 치료의 절반은 병원에서 끝납니다. 나머지 절반은 집으로 돌아간 뒤 시작됩니다. 병원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치석을 제거하고, 염증의 깊이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단계별로 잇몸을 정리합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더 중요합니다. 왜 이 부위에 다시 염증이 생길 수 있는지 어떤 칫솔질이 이 잇몸에는 맞는지 관리 주기를 얼마나 짧게 가져가야 하는지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치료는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고 맙니다. 잇몸병이 재발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치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치료 이후의 설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임희철 원장의 깊은 생각
저는 잇몸병을 고쳐준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함께 확인하고,어디서 멈출 수 있는지 같이 정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자연치아는 한 번 깎이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잇몸 치료는 지금 당장의 염증을 없애는 데서 끝나선 안 됩니다.
잇몸뼈가 아직 남아 있는지, 치아가 흔들리는 이유가 염증 때문인지 씹는 힘의 방향 때문인지, 그 기준부터 분명히 해야 합니다. 치료는 많이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다음 치료가 필요 없도록 설계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과잉진료는 지금은 편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깎인 치아는 다시 자라지 않습니다.
그 선택은 앞으로의 시간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듭니다. 환자분이 자신의 잇몸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어느 부위가 관리가 어려운지 알고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을 때, 그 치료는 비로소 의미를 가집니다.
운정호수공원을 한 바퀴 걷다 보면 힘들어지기 전에 보폭이 먼저 달라집니다. 잇몸 관리도 같습니다. 피가 나기 전에, 치아가 흔들리기 전에관리의 간격을 조금만 앞당기면 됩니다. 가람마을, 한빛마을에서 바쁜 일상 속에 사는 분들일수록 양치가 대충 끝나고, 잇몸은 가장 마지막으로 밀립니다. 하지만 칫솔을 대는 각도를 바꾸고, 점검 주기를 정해두는 것만으로도 잇몸은 다시 버틸 힘을 얻습니다.
치과는 문제가 커진 뒤 결과를 설명하는 곳이 아니라,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선택의 기준을 먼저 보여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집에서 시작하는 작은 변화
오늘부터 딱 한 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이를 닦는 게 아니라, 잇몸을 다독이는 시간이라는 것. 칫솔은 세게 쥐지 않습니다. 연필을 잡듯 가볍게, 손목에 힘을 빼세요. 힘이 들어가는 순간, 칫솔은 청소 도구가 아니라 잇몸을 밀어내는 막대가 됩니다. 칫솔모는 치아 가운데가 아니라 잇몸과 치아가 만나는 경계선에 살짝 얹습니다.
각도는 비스듬히, 약 45도. 문지르듯 움직이지 말고 같은 자리에서 작게, 아주 작게 흔들어 줍니다. 앞뒤로 크게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다. 잇몸이 놀라지 않을 만큼, 한 칸에 5초 정도 머문다는 느낌이면 충분합니다.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거나 옆으로 밀어내는 동작은 잇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대신 조용히 뒤로 물러나게 합니다. 칫솔질이 끝났을 때 입안이 시원하다면 성공이 아니라, 잇몸이 편안하다면 잘한 겁니다.
잇몸은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아프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칫솔질은 하루 두 번의 습관이 아니라 잇몸과 매일 나누는 짧은 대화여야 합니다. 잇몸은 조용히 지켜보는 장기입니다. 부드럽게 대해준 만큼, 오래 함께합니다. 딱 세 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칫솔은 세게 잡지 말고, 잇몸 쪽으로 살짝 기울여 작게 흔들 듯 닦습니다. 치실은 하루 한 번, 피가 나도 멈추지 말고 며칠만 꾸준히 해보세요. 그리고 “괜찮아졌겠지”라는 생각 대신 “확인해보자”는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잇몸은 조용히 지켜보는 장기입니다. 관심을 주는 만큼, 오래 함께 갑니다.
2026. 02. 10. 네이버 블로그 '대표원장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과 이미지 카드 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