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 이야기 · 맛집 2026. 10. 17.
일산 덕이짬뽕 — 하얀 국물이 맵다는 것을 알게 되는 집
에디터 메모
- 하얀 국물인데 맵다. 삼선백짬뽕은 이 집을 기억하게 만드는 첫 그릇이다.
- 밥이 당기면 짬뽕비빔밥, 짜장이 당기면 매콤한 쟁반짜장. 가장 높은 점수는 탕수육에 갔다.
- 간은 센 편이고 양은 넉넉하다. 화요일은 쉰다.

뽀얀 국물, 붉은 고추

국물이 하얗다. 곰탕을 떠올릴 만큼 뽀얀 국물 위로 붉은 건고추가 떠 있고, 숟가락을 넣으면 황태가 걸려 올라온다. 하얀 짬뽕이니 순하겠거니 하던 짐작은 첫 모금에서 접힌다. 진한 국물과 고추의 매운맛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일산서구 덕이동의 덕이짬뽕은 그렇게 짐작을 비켜 가는 중국집이다. 간판에는 짬뽕을 내걸었지만, 한 상을 차려 놓고 보면 밥과 짜장, 탕수육까지 저마다 할 말이 있다. 간은 또렷하고, 그릇은 후하다.
익숙한 이름의 메뉴들인데, 어느 것도 어디서 먹어 본 맛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국물 세 그릇
삼선백짬뽕 — 4.6
이 집에서 가장 오래 생각나는 그릇이다. 초마의 백짬뽕과도 결이 다르고, 굳이 닮은 것을 찾자면 일본식 중화요리나 라멘 쪽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어느 하나에 포개지지는 않는다. 덕이짬뽕의 국물이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하다.
넉넉히 들어간 건고추가 기분 좋은 매운맛을 낸다. 색만 보고 순한 그릇을 기대했다면 생각을 고쳐야 한다. 이런 맛을 내는 집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이 그릇을 다시 찾게 하는 이유다.

삼선짬뽕 — 4.3
붉은 쪽은 오히려 맵지 않다. 해물과 건더기가 그득해 보통으로 시켜도 곱빼기를 받은 기분이 들고, 혀에 먼저 닿는 것은 매운맛이 아니라 달고 진한 국물이다. 사골인지 황태인지 육수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먹는 내내 뽀얀 곰탕의 인상이 겹친다. 칼칼하고 날 선 짬뽕을 떠올렸다면 방향이 다르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마음은 백짬뽕 쪽으로 기운다.
삼선불짬뽕
삼선짬뽕이 순했다고 불짬뽕을 가볍게 집어 들면 곤란하다. 둘 사이의 간격은 생각보다 넓어서, 불닭볶음면보다도 맵게 느껴졌다. 캡사이신 소스 특유의 거슬리는 매운맛은 아니지만, 편히 넘길 강도도 아니다. 매운 음식을 일부러 찾아 먹는 사람의 그릇이다.
밥과 짜장, 그리고 작은 접시 하나

짬뽕비빔밥 — 4.6
붉은 양념이 밥을 덮고 있어 꽤 자극적일 것처럼 보인다. 대구의 중화비빔밥을 떠올리며 숟가락을 들었는데, 입안의 매운맛은 생김새보다 한결 순하다. 익숙한 제육볶음 정도다. 매운맛을 견디는 음식이 아니라, 매콤한 양념을 밥과 함께 즐기는 음식이다.
곁에 따라 나오는 짬뽕국물이 한 끼를 완성한다. 비빔밥 몇 숟가락에 국물 한 모금, 그 반복이 즐겁다. 밥을 먹으러 왔다면 이것부터다.
쟁반짜장 — 4.6
넓은 접시에 재료가 수북하다. 값에 비해 양이 후하고, 짜장면보다 한 걸음 더 풍성하게 먹고 싶은 날에 맞다. 이 접시를 기억하게 하는 것은 매콤함이다. 신라면쯤 되는 매운맛이 달고 짭짤한 짜장을 예상한 입을 깨우고, 덕분에 많은 양도 끝까지 물리지 않는다. 백짬뽕과는 다른 쪽에서, 이 집의 얼굴 노릇을 한다.
짜장면 · 짜장밥 — 각 4.4
짜장면은 짭짤하게 간을 잡았다. 앞의 접시들만큼 튀지는 않아도, 평범한 얼굴 안에 이 집의 맛이 남아 있다. 짜장밥에는 짬뽕국물이 함께 나와서, 짜장과 짬뽕 사이에서 망설이는 날의 답이 된다.

탕수육 — 4.7
이날 가장 높은 점수는 의외로 탕수육에 갔다. 튀김옷은 얇고 고기는 큼직해서, 씹을 때마다 고기의 존재감과 육향이 분명하게 올라온다. 탕수육 잘하는 집에 기대하는 바로 그 맛이다.
접시는 작은 편이다. 혼자 곁들이기엔 많고, 둘이 넉넉히 나누기엔 조금 모자란다. 다만 식사 메뉴가 워낙 푸짐해서, 각자 한 그릇씩 시키고 가운데에 두면 이 작은 접시가 제 몫을 다한다.
홀의 풍경

공간은 단출하다. 테이블에 앉아 먹는 홀이 있고, 식기와 앞접시를 직접 가져다 쓰는 셀프바가 한쪽에 있다. 여러 접시를 시켜 나눠 먹는 식탁이라면 이 셀프바가 요긴하다. 포장도 된다.
분위기를 즐기러 가는 집은 아니다. 짬뽕 한 그릇, 짜장 한 접시, 비빔밥 한 그릇을 고르는 일에만 마음을 쓰면 되는 곳이다. 차를 가져간다면 매장 앞에 세울 수 있는데, 흰 선으로 표시된 입주민 전용 구역은 비워 두어야 한다.
진한 맛이 당기는 날
간이 세다는 것은 미리 알고 가는 편이 좋다. 식사 메뉴의 짠맛과 양념 맛이 분명해서, 중국집 가운데서도 진하게 잡는 쪽에 든다. 슴슴하고 담백한 음식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
그래도 맛이 좋고 양이 넉넉하니 한 끼의 만족은 크다.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좋아할 사람이 더 많을 맛이다. 진하고 자극적인 맛이 당기는 날, 늘 가던 중국집과 다른 개성을 찾는 사람에게 권한다. 둘이라면 백짬뽕과 짬뽕비빔밥을 하나씩, 배가 허락하면 탕수육을 더한다. 평소 적게 먹는 편이라면 처음부터 넉넉히 시킬 필요는 없다.
총평 4.6 / 5.0 — 간은 선명하고 양은 후한, 메뉴마다 제 목소리가 있는 중국집.
- 상호
- 덕이짬뽕
- 주소
-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로 186
- 평일 영업시간
- 10:30~15:00, 화요일 제외
- 정기휴무
- 화요일
- 전화
- 0507-1337-8287
- 주차
- 매장 앞 주차 공간 이용, 입주민 전용 구역 제외
- 이용
- 홀 식사·포장
영업시간과 휴무는 바뀔 수 있으니, 나서기 전에 한 번 살펴보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