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늦은 햇빛이 진료 의자 팔걸이 위에 얇게 누워 있었습니다.
그는 예약 시간보다 15분 일찍 왔습니다.
접수를 마치고도 한동안 대기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불려왔을 때 발걸음이 조금 느렸습니다.
차트를 펼쳤습니다. 33세. 좌측 하악 수평 완전 매복 사랑니.
파노라마 사진 위에서 치아는 거의 수평으로 누워 있었고, 치근 끝은 하치조신경관에 가까이 닿아 있었습니다.
사진만 보면 까다로운 케이스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처음 꺼낸 말은 증상이 아니었습니다.
“…10년 전에, 반대쪽 뽑다가 3시간 걸렸어요.”

나는 잠시 펜을 내려놓았습니다.
3시간이 어떤 감각으로 몸에 새겨지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의자에 누운 채 턱이 당기고, 입이 벌어진 상태로 천장을 바라보며 소리와 진동과 압박을 견뎌내야 했던 시간.
좌측 사랑니가 부어오르고 욱신거려도 수년을 버텼습니다.
두려움은 그런 식으로 오래 남습니다.
“원장님… 이거, 종합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흔한 질문입니다.
매복 사랑니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복잡하다면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이어야 한다고. 그래야 안전하다고.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닙니다.
전신마취가 필요하거나, 여러 개가 동시에 매복되거나, 전신 질환과 맞닿아 있다면 그쪽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경우에 예약 후 3~4개월을 기다린다는 것이 환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자주 생각합니다.
염증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통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사이 잇몸이 더 붓고, 인접 치아가 영향을 받고, 일상이 흔들립니다.
무엇보다 두려움은 기다리는 시간 동안 더 깊어집니다.
나는 그의 엑스레이를 다시 봤습니다.
신경관의 위치. 치근의 형태. 골밀도. 매복 깊이.
머릿속에서 손이 먼저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건 내가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 기다리게 해선 안 됩니다.

신경관과 치근 사이, 판단이 머무는 곳
완전 매복 사랑니 발치에서 가장 신중하게 살펴야 할 것은 하치조신경관입니다.
치근이 이 신경관과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발치 후 감각 변화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이것은 사진 하나로 단번에 결론 내릴 수 없는 영역입니다.
파노라마 사진은 2차원입니다.
실제 구강은 3차원입니다.
지도를 보고 산길을 걷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도에 길이 있다고 실제로 걷기 쉬운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험해 보인다고 반드시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치근의 단면 방향이 다르면 사진상 겹쳐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단은 언제나 사진 밖에서도 이루어집니다.
나는 치근의 형태를 봅니다.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뿌리는 발치 중 부러질 수 있고, 그 단편이 신경 근처에 남으면 문제가 됩니다.
직선에 가까운 치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환자의 치근은 비교적 단순한 형태였습니다.

“신경 마비가 오면 어떻게 되나요?”
완전 매복 발치 이후 일시적인 감각 이상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운정신도시에서만 매복사랑니 발치 3,000여 건의 경험에서 그 비율은 1% 내외였고, 해당 케이스 모두 1년 이내에 회복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이지, 모든 케이스의 보장이 아닙니다.
치근 위치와 골 상태, 개인 회복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능성을 숨기는 것은 신뢰가 아닙니다.
30분이 의미하는 것
발치에서 시간은 환자에게 직접적인 신체 경험입니다.
길어질수록 피로가 쌓이고, 긴장이 누적되며, 회복도 더뎌집니다.
3시간짜리 발치가 남긴 기억이 그를 10년 동안 치과 문 앞에 서지 못하게 했던 것처럼.
저는 빠르게 하려고 서두르는 것이 아닙니다.
준비가 충분할 때 손이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능숙한 목수가 재료를 오래 들여다본 뒤 몇 번의 정확한 손길로 마무리하듯, 속도는 훈련의 결과이지 서두름의 결과가 아닙니다.
“빨리 끝나면 덜 안전한 거 아닌가요?”
이해할 수 있는 의심입니다.
그러나 외과 술기에서는 필요한 곳에만, 필요한 만큼만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조직 손상을 줄입니다.
초진 후 2~3주 내에 발치를 진행하는 것도, 기다림이 두려움을 키운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임희철 원장의 깊은 생각
발치가 끝나고 장갑을 벗었습니다.
환자분은 “다 됐어요?” 하고 물었습니다.
“다 됐습니다.”
환자분께서 크게 힘들어 하지않은 느낌이었습니다.
골이 단단하게 버티던 구간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마다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바꿨습니다.
결과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좋다는 것이 과정 전체를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이 질문을 나는 매번 스스로에게 합니다. 충분히 살폈는가. 조금 더 기다릴 이유는 없었는가. 이 선택이 5년 뒤, 10년 뒤에도 그의 편으로 남아 있을까.
그는 33살입니다. 앞으로 그 자리 근처에서 음식을 씹을 날이 수십 년 남아 있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함께 밥을 먹을 것이고, 나이가 들면 씹는 것 하나하나가 소중해지는 시간이 올 것입니다.
발치 후 공간의 변화, 인접 치아와의 관계는 이후 수십 년과 연결됩니다.
종합병원이었다면 그는 오늘 발치를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3~4개월을 기다리는 동안 두려움은 더 단단해졌을 것입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초진 후 짧은 시간 안에, 아는 얼굴 앞에서 결정할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이 오늘 일어난 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치과 의사로 20년 가까이 앉아 있으면서, 내가 배운 것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두려움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두려움이 쌓인 자리에 다른 기억을 하나씩 놓아가는 것, 그것만이 가능합니다.
두려움이 아닌 다른 기억을 드리기 위해 저는 매일매일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15분이 그에게 그런 기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집에서 시작하는 작은 변화
그는 돌아가는길에 거즈를 물고 있어야 하니 말은 할 수 없고, 마취가 풀리기를 기다리며 창밖 운정의 저녁을 바라봤을 것입니다.
발치 직후의 그 시간은, 조용히 자신의 몸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마취가 천천히 풀릴 때 어디서부터 감각이 돌아오는지 느껴보십시오.
턱 전체가 한꺼번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순서가 있습니다.
그 순서를 관찰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신경 회복을 처음으로 알아가는 일입니다.
며칠 동안은 반대쪽으로 씹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그 습관이 수개월씩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 잠깐, 나는 지금 어느 쪽 어금니를 쓰고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한쪽만 오래 쓰는 습관은 교합의 균형을 조금씩 바꿉니다.
잠들기 전, 오늘 하루 턱에 얼마나 힘이 들어갔는지 돌아보십시오.
이를 악무는 습관이나 수면 중 이갈이는 발치 부위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관자놀이나 저작근이 뻐근하다면, 그것이 하나의 신호입니다.
두려움을 넘어온 날의 밤은, 이렇게 조용히 자신을 살피는 시간이 됩니다.
그 관찰이 쌓이면, 치아를 대하는 태도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운정 뿌리사랑치과의원 안내
위치: 경기도 파주시 와석순환로 70, 신운정프라자2 3층
예약: 031-946-2871
반드시 예약 후 내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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