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 권유받은 치아, 정말 뽑아야 할까요? 자연치아 살리기의 판단 기준

오전 햇살이 진료실 유리창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체어 위 조명 갓에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한빛마을 쪽 하늘이 아직 다 열리기 전, 진료실 안은 조용했습니다. 소독약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은 공기 속으로 한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예약지에는 짧게 적혀 있었습니다. ‘타 치과 발치 권유, 재진단 요청.’

매일 아침 뜨거운 커피 대신 미지근한 보리차를 마신다고 하셨습니다. 몇 해 전부터 왼쪽 어금니가 시려서, 찬 것을 피하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됐다고 하셨습니다. 그 작은 회피 속에, 꽤 긴 시간이 층층이 쌓여 있었습니다.

엑스레이 사진을 모니터에 올립니다. 문제의 치아가 화면 가운데로 들어옵니다. 뿌리 끝에 작은 어둠이 번져 있습니다. 이전 치과에서는 이미 수명이 다한 치아라는 말을 들으셨다고 했습니다.

저는 화면에서 눈을 떼고 환자분의 얼굴을 봅니다.

손이 멈춥니다.

발치라는 말은 쉽게 꺼내는 말이 아닙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한 번 사라진 자연치아는 어떤 방법으로도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자리에서 두 갈래 길을 만들어냅니다.

한쪽은 발치입니다. 뿌리 끝의 병소를 더 이상 두지 않고, 감염의 진원을 제거하는 선택입니다. 빠르고, 결과가 명확합니다. 그 빈자리에는 이후 임플란트가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다른 쪽은 치아를 살리는 방향입니다. 신경 치료를 재시도하거나, 뿌리 끝 수술로 병소를 직접 처리하는 방법입니다. 시간이 걸리고, 예후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치료든 100%는 없습니다.

사진 한 장만 보면, 발치 쪽으로 금방 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사진에는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병소의 경계가 교과서적인 기준선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모호한 구간이 있었습니다.

각도를 바꿔 한 번 더 촬영했습니다. 다른 방향에서 본 단면이 필요했습니다. 수년 전이었다면 저는 그 자리에서 바로 판단을 내렸을 것입니다.

지금은 한 단계를 더 거칩니다. 그 한 단계가 결과를 바꾸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한 장이, 판단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뿌리가 아직 말하고 있을 때

판단의 방향은, 뿌리가 아직 살아 있는 언어를 쓰고 있는지에서 갈립니다.

많은 분들이 뿌리 끝에 어둠이 보이면 이미 끝난 치아라고 생각하십니다. 그 생각은 충분히 자연스럽습니다. 사진 위에 번진 그림자는 직관적으로 ‘이미 손상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어둠은 두 가지 다른 상황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진행 중인 감염일 수도 있고, 한때 있었던 반응이 남긴 흔적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형인지 과거형인지 — 같은 그림자라도 그 구분이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 분의 치아 뿌리는 형태가 살아 있었습니다. 세로 방향 균열이 없었고, 치조골 소실도 발치를 결정지을 만큼 심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자연치아를 살리는 방향으로 한 발 더 들어가볼 여지가 생깁니다.

Q. 한 번 신경 치료를 했던 치아를 다시 치료할 수 있나요?

재신경 치료, 또는 치근단 절제술이 그 선택지입니다. 기존 치료 재료를 제거하고 새로 처치하거나, 뿌리 끝 병소를 직접 수술로 다루는 방식입니다. 치아의 조건이 갖춰져 있다면, 시도해볼 만한 근거가 충분히 있습니다.

뿌리가 이미 말을 멈췄을 때

반면, 어떤 치아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상태가 더 나쁩니다. 뿌리에 세로 균열이 숨어 있거나, 지지하는 뼈가 이미 크게 녹아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치아에 살리는 시도를 계속하면, 기구 끝이 닿을 때마다 주변 조직이 더 손상됩니다. 한 번 무너진 뼈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 사실이, 이 판단을 가볍게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Q. 살리는 시도를 했다가 결국 발치하게 되면 더 손해 아닌가요?

조건에 따라서는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치아를 살리는 방향을 택할 때는, 그 치아가 가진 조건을 먼저 냉정하게 따져야 합니다. 가능성과 위험을 충분히 나눈 뒤, 어느 방향으로 가실지는 환자분의 생활과 일정, 그리고 감수하실 수 있는 불확실성 안에서 정해지는 것입니다. 저는 선택지를 놓아드릴 뿐, 그 무게를 재는 것은 환자분의 일상입니다.


손대지 않는다는 것이 때로는 가장 어려운 결정입니다.

정원에서 죽은 가지를 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날을 세우고, 끊으면 됩니다. 그러나 그 가지가 아직 살아 있는지, 안쪽에 조용히 새순이 준비되고 있는지를 살피며 기다리는 일은 다릅니다.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일 눈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를 혼동하지 않으려 해왔습니다. 제거는 눈에 보이는 행동이고, 기다림은 보이지 않는 행동입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덜 적극적인 것은 아닙니다. 남겨두기로 한 결정에는, 끊임없이 살피겠다는 각오가 함께 따릅니다.

놓아둔다는 것은 잊는 것이 아닙니다. 계속 보고 있겠다는 약속에 가깝습니다.

그런 기다림을 알고 있는 손이, 오늘도 사진 앞에 섭니다.


그 분은 설명을 다 들으시고 잠시 침묵하셨습니다. 확신이 아니라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진료실 창 너머로 봄 햇살이 낮게 깔리고, 그 빛 아래 아파트 단지가 고요하게 서 있었습니다.

발치 권유를 받고 오시는 분들이 자주 물으십니다. “다른 데서는 뽑으라고 했는데, 정말 뽑아야 하는 건가요?” 그 말 뒤에는, 자기 치아가 아직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 마음은 옳습니다. 자연치아는 한 번 사라지면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도, 비슷한 말을 들으신 분이 계실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진을 들고 다른 눈으로 한 번 더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발치는 언제든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뽑고 나면, 그 선택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살릴 수 있는 치아는, 살릴 수 있는 동안에 살피는 것이 맞습니다.


운정 뿌리사랑치과의원 안내

위치: 경기도 파주시 와석순환로 70, 신운정프라자2 3층

예약: 031-946-2871

반드시 예약 후 내원해 주세요.

진료시간 안내

오전 9:30~오후 6:30

화요일 야간진료 오후 9:00

토요일 오전 9:30~오후 2:00

수요일,일요일,공휴일 휴진


본문의 진료 사례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의료법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각색하였습니다.

※ 치료 결과는 개인의 잇몸 상태·골밀도·유지 습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따듯한 이웃 같은 치과로 곁에 있겠습니다.
지금 바로 상담 예약하세요.

오시는 길

경기도 파주시 와석순환로 70 신운정프라자 2, 3층
지하 1,2층 주차장 완비
대표전화
031-946-2871
(Fax 031-947-2843)
카카오톡
bburilove2
진료시간
평일
오전 9:30 ~ 오후 6:30
화요일 야간진료 오후 9:00
화요일
오전 9:30 ~ 오후 9:00
화요일 야간진료 오후 9:00
토요일
오전 9:30 ~ 오후 2:00
점심시간
오후 12:30 ~ 오후 2:00
수요일,일요일,공휴일 휴진
점심시간 12시 30분 ~ 2시
경기도 파주시 와석순환로 70 신운정프라자 2,3층
사업자등록번호 576-01-00746
대표자 임희철
© 2025 뿌리사랑치과. All rights reserved.
대표전화 031-946-2871